놀란 부쉬넬
아타리(ATARI) 설립자,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
단순하기 그지없지만 하다보면 끝없이 중독되는 탁구형 게임 '퐁(Pong)'. 벽돌깨기형 게임의 효시 '브레이크 아웃(Breakout)', 우주전쟁 게임인 '아스테로이드(Asteroid)'. 30-40대 직장인들 중 이런 게임 한번 안 해보고 자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놀란 부쉬넬은 이런 게임들로 '전자오락'의 역사를 시작한 기업 '아타리(ATARI)'의 창업자이자 개발자이다. 1943년 유타 주 출생인 부쉬넬은 그런 연유로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로 불린다.
1972년 단돈 250불로 아타리를 창업한 그는, '퐁'을 동전을 넣어 작동시키는 게임기로 만들었는데, 이것 역시 사상 최초였다. 그는 '전자오락실'의 아버지이기도 한 것이다. CEO로서 아타리를 경영하던 그는 4년뒤인 1976년 워너 커뮤니케이션즈(Warner Communications Inc.)에 회사를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당시 돈으로 2천8백만 달러. 투자한 돈의 10만배가 넘는 성과였다.
아타리 당시의 부쉬넬은 또다른 의미에서 IT산업의 역사를 만들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처음이자 유일한 샐러리맨 경력을 만들어 준 것이다. 대학을 중퇴한 괴짜 히피 천재 스티브 잡스에게 컴퓨터와 결합된 엔터테인먼트의 매력, 제조업과 콘텐트의 결합, 조직내 생활이라는 것을 알려준 유일한 체험이 바로 아타리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잡스를 직원으로 거느릴 수 있는 단 한 사람이었다는 점은 부쉬넬이 어떤 인물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타리 매각 이후 부쉬넬은 식당 체인 사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게임과 게임기의 배급망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를 주목한 것이다. 그가 창업한 Chuck E. Cheese는 미주지역에 5백여개의 식당을 보유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으로 지금도 성업중이다.
부쉬넬의 창의성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현되었다. 그는 최초의 기술기업 인큐베이터인 캐털리스트 테크놀로지(Catalyst Technologies), 지금 쓰이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기초를 닦은 최초의 내비게이션 전문기업 Etak, 인간형 로봇 개발 회사인 앤드로봇(Androbot), 비디오테입 온라인 대여를 최초로 시도한 바이비디오(ByVideo) 등을 설립하기도 했다.
실리콘 밸리의 현자(賢者)로서 컨설팅 사업도 활발하게 벌였는데, IBM, 시스코, US디지털 커뮤니케이션즈 등이 그의 컨설팅 클라이언트 목록에 올라있다. 부쉬넬은 비디오게임의 기초가 된 기술들에 대한 특허를 여러 건 보유하고 있다. 유타 주립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스탠포드 대학원을 나왔다.
부쉬넬은 현재 유윙크(uWink.com)의 회장을 맡고 있다. 유윙크는 척.E.치즈 체인과 개념이 비슷하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통해 음식 주문도 하고 다양한 전자오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00년 1월,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가전협회는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을 창립하면서 첫 헌액대상자로 50명을 선정했다. 놀란 부쉬넬은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로서 여기에 포함되었다. 함께 헌액된 사람들이 RCA의 창업자이자 현대 방송의 창시자 데이비드 사노프,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등이라는 사실은 그가 미국 전자업계에서 어떤 반열에 올라있는 사람인지를 말해준다.